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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 톺아보기 [54호] 노동이 문화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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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책연구부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5-11-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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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 톺아보기 54호

노동이 문화를 만났을 때

늦가을, 창원대학교 교정은 노랗고 빨간 단풍이 피날레를 장식하듯 최선의 몸짓으로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퇴임을 앞둔 교수님을 찾아가는 나의 심사인지도 모른다. 이번 <톺아보기>(54호)에서는 산업도시 창원과 부산에서 노동사회학 강의와 노동연구를 하신 이성철 교수를 만나 “노동이 문화를 만났을 때”라는 제목으로 작성한다. 노동에 관한 연구나 주제를 찾아 소개하는 글을 싣는 <톺아보기>에 퇴임을 앞둔 교수를 소개하는 것은 적절성 시비가 있을 수 있으나, 사회학자로서 노동계급의 문화적 실천에 지속적인 관심을 견지하면서 지적 노동을 게을리하지 않은 존재와의 만남은 더 적절한 조합인지도 모른다.

(* 출처가 표기되지 않은 인용문(“ ”)은 2025.11.17. 이성철 교수와의 인터뷰 중 일부임. 인용문은 선생이 학생에게 설명하는 쉬운 문체를 그대로 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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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노동연구

이성철 교수는 <대도시 무허가 정착지내의 노동력의 특성에 관한 연구>(1985.2, 부산대학교 석사논문)로 노동연구에 첫 발을 내디뎠다. “부산의 아미2동이라고 완전히 도시 빈민 밀집지역이었거든. 도시빈민 밀집 지역의 노동력 특성을 참여관찰해 가지고 논문 쓴 게 석사 논문이지.
그 당시에 그쪽 노동력 특성이라든지 가구의 성격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석 달 거기 집을 구해가지고 살면서 했으니까 노동 문제는 석사 때부터 한 셈이었지.” 박사논문은 <한국 제조업 부문 노동과정의 성격에 관한 연구: 1980~1990년>(1994.2. 부산대학교 박사논문)로 노동과정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노동연구의 기틀을 짰다. 박사논문에서 노동과정의 변화분석을 위한 이론적 검토(테일러리즘 이후부터 네오/포스트 포디즘적 노동과정론까지의 주요 내용들을 제시)를 했
고, 노동과정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기초로하여 노동과정의 현단계 성격 및 위치를 경험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포디즘, 네오 포디즘, 포스트 포디즘에서 쟁점이 된다고 판단된 이론적 지표 또는 요인들을 추출하여 이들 지표들을 둘러싼 쟁점들을 제시하여 각각의 경험적 결과들을 제시하였다. 그는 약자에 대한 관심이 학문적 열정이 되어 노동사회학자가 되었다.

노동자계급과 문화실천, 그리고 그람시
 이성철 교수는 노동과 문화를 접목시켜 노동현상을 설명하고 문화적 실천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과 문화실천: 이론적 서설』(2009, 인간사랑), 『안토니오 그람시와 문화정치의 지형학: 일상생활의 사회학적 조망을 위하여』(2009, 호밀밭)는 이성철 교수의 지적 기반을 깊게 이해할 수 저서들이다. 노동 현상 및 문제를 두텁고 올바르게 읽고 대응하기 위해 문화적 관점을 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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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대한 정의는 문화를 말하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러므로 문화 개념은 ‘정치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문화에 대한 정의는 개인 또는 집단(계급)의 정체성이 투영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을 지녀야할 노동자문화의 현재 상태는 어떠한가? 1970년대 이후 탈춤 등을 비롯한 민중문화운동을 시작으로 1980년대의 마당굿, 마당극,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그리고 노동문학, 노동극 등 다양한 노동자문화운동들이 폭발적으로 고양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이들이 문화의 시대라고 일컫는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오히려 노동진영의 문화적 실천은 그 양적 비중과 질적 내용에 있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문화적 실천이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그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기업별 노조주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서의 기업별 노조주의의 관행이란 단지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나 경제주의적 운동방식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이는 그동안의 노동운동에 잠재해 있을 수 있는 단위 기업이나 단위 노조 중심의 운동관행이나 의식, 그리고 가치관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다. 작업장 바깥의 지역문제에의 개입과 관심, 그리고 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및 정치적ㆍ사회적 개혁 투쟁으로서의 운동의 외연과 내포의 확장은 계급적 문화실천의 내용을 희석시키거나 운동의 중심성을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계급적 헤게모니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것이 된다.[출판사 서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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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계급적 헤게모니를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해 작업장 바깥으로 문화적 실천을 확장하는 논의에서 안토니오 그람시 문화이론은 요긴하다. 이탈리아 정치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에 대한 이성철 교수의 애정과 강조는 남다르다. 특히 진지전(war of position), 유기적 지식인(organic intellectual) 개념은 오래되었지만 오늘날 노동운동에도 유효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그람시 이론이 국내에 집중적으로 들어온 때가 80년대 중후반이거든. 그때 경남대 <사회연구>라는 잡지에 처음으로 그람시의 공장평의회 운동에 대해서 쓴 적이 있어.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할 때 펼쳤던 운동 중에 하나가 공장평의회, 노동자들의 자주 관리 운동이지. 그람시가 문화이론을 제기하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뭐냐 하면 자본주의가 왜 빨리 안 망하냐 이거야.
왜 수정을 거듭하면서 자본주의 생명력이 이렇게 기냐 이거지. 그래서 자본에 역행하는 혁명 또는 자본에 반하는 혁명이라는 용어를 쓰거든. 맑스 이론이 각국의 사정에 따라서 반드시 그런 식으로 혁명이 되는 게 아니다, 그걸 문화적 현상으로 본 거야. 사실 그람시가 왜 중요하냐면 대개 우리는 문화를 공유성이라든지 안정적인 것으로 보는데 그람시와 그람시주의자들은 문화는 힘의 관계라고 보거든. 그래서 여전히 문화 이론으로서의 생명력이 깊다. 현대 노동 운동에도 그람시 문화 이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그럼시가 내놓은 운동론, 크게 진지전 기동전이 있다. 지금 기동전이 안 되잖아. 역량도 부족하고 혁명의 상황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순은 있고. 그래서 진지를 구축해서 그 동력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돼, 진지는 고립된 게 아니고 각 진지들은 서로 연결돼 있어요. 예를 들면 노동 문제다 환경 문제다. 그다음에 여성 문제다 평화 문제다. 이렇게 각 진지가 고립되면
안 되는 거야. 연결이 돼야 되지. 이게 그람시 이론의 장점이라고 보거든. 그람시는 서로 소통해야 된다. 이게 가능하려면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 거지. 여기서 당시의 유기적 지식인 이런 개념하고 연결이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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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텍스트로 쓰는 노동운동사

노동은 중요하지만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분야이다. 노동사회학자로서 소통과 연대를 늘 염두에 두었던 이성철 교수는 『영화가 노동을 만날 때』라는 책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비평의 한계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소통하는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드라마/소설등 일상적 소재를 활용해 사회학적 이론을 보다 손쉽게 전달하려 시도했고 그런 시도를 확장한 결과물로서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가 탄생했다’는 소개문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노동 영화만 소개하는 게 아니고 대사 속에 노동 문제가 많이 들어 있거든. 그걸 일일이 끄집어내가지고 노동이론도 붙이고 노동 개념도 붙이고, 일종의 노동사회학 책이 될 수 있게끔, 영화를 통해서 보는 노동자의 책이 될 수 있게끔 그렇게 짠 거지. 나라는 다르지만 연대적으로 쭉 보면 그게 바로 노동운동사인데, 노동운동사는 자본주의가 시작되면 빠르고 늦고 차이는 있지만 노동운동이 겪었던 일들은 비슷한 거야.”

영화를 통해 노동사회 및 노동운동을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이성철 교수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쓴 네 편의 논문 중 「노동운동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빌 더글라스의 <동지들>을 중심으로」(2025, 부경대학교 글로벌지역학연구소)는 노동운동의 첫 출발은 언제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어떻게’는 최초의 시작이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서 그 운동의 정신이 면면히 계승 또는 복류하면서 현재까지 그 의미를 드러내는가를 보여주는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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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약자와 노동운동에 대한 지속적 관심, 주4일제 노동

‘고통은 상수’라는 이성철 교수의 말은 막막함 속에서도 길을 모색하게 하는 힘이 있다. 고통은 늘 있는 것이니 고통 때문에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변수를 헤아리고 연대를 기획하는 의지의 낙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 운동을 압박하는 외부적 요인들이 있잖아. 이 외부적 요인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거는 상수거든.  노동운동이 외부적으로 힘들지 않을 때가 없었어. 내부적으로 힘든 요인에 나는 좀 주목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그마한 영세 사업장 이런 데는 노조조차 없어요. 그래서 비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관심을 민주노총이 놓으면 안 된다는 거 하나 있고, 두 번째는 자기 사업장 안에 비정규직과
연계할 수 있는 일들이 부족해서 좀 아쉽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라는 말처럼 노동시간단축은 노동계의 주요 과제이다.  『주4일 노동이 답이다』(2022, 호밀밭)를 번역한 이성철 교수는 ‘주4일제 노동’으로 논의되는 노동시간단축이 노동조건이 하락하지 않고 고용확대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며, 주4일제를 모든 작업장에서 한꺼번에 할 수는 없겠으나 각 사업체에서 계획을 짜서 워라밸을 향한 실천방안을 궁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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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와 진지 구축

이성철 교수의 노동자/약자와 연대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은 가독성 있는 글과 인기 많은 강의, 외부의 시민운동·노동교육 활동을 이어가는 비결이었는지도 모른다. 대상이나 소재는 달라도 노동자/약자에 대한 관심은 40여년의 연구기간 동안 견지하고 있는 이성철 교수께 지역에서 노동연구를 하는 것에 대해 물었다. 지역의 후속 연구자들이 많이 줄어든 현실을 아쉬워하며 노동운동사 맥락에서 역사적 블록을 견제하는 진지로서의 부산노동권익센터 활동을 북돋운다.

“제도를 만드는 것도 운동인데, 원래 노사관계 자체가 갈등의 제도화거든. 그래서 사회적 비용을 우리가 좀 슬기롭게 줄이자, 서로서로 지혜를 모으자, 이게 노사관계의 기본적인 역사였거든. 그런 틀 내에서 노사정이라고 하는 제도 안에서 그게 시에서 만들건 정부에서 만들건 그런 제도가 있는 거는 굉장히 좋은 거지. 어디 호소할 데가 있다는 것 그다음에 그런 호소들을 받아가지고 조사 연구를 해본다
는 것, 이런 것들이 쌓이면 중요하다고 보는 거지.”  
<이성철 교수 주요 저서>

이성철(1985.2), 「대도시 무허가 정착지내의 노동력의 특성에 관한 연구」, 부산대학교 사회학과(석사논문)
이성철(1994.2), 「한국 제조업 부문 노동과정의 성격에 관한 연구: 1980~1990년)」, 부산대학교 사회학과(박                       사논문)
이성철(2003), 『노동자계급과 문화실천』, 연대와실천 통권 제111호,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이성철(2009), 『노동자계급과 문화실천: 이론적 서설』, 인간사랑
이성철(2009), 『안토니오 그람시와 문화정치의 지형학: 일상생활의 사회학적 조망을 위하여』, 호밀밭
이성철(2011),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 호밀밭
이성철(2015), 『경남지역 영화사: 마산의 강호감독과 창원의 리버티늬우스』, 호밀밭
안나 쿠트 지음/이성철·장현정(2022), 『주4일 노동이 답이다』, 호밀밭
이성철(2024), 「사회진화론의 수용과 변형」, <사회사상과 문화> 27권 1호
이성철(2025), 「중국 신세대 노동자들의 의식구조에 대한 연구: 신공인 논의를 중심으로」, 부경대학교 글로                    벌지역학연구소
이성철(2025), 「노동운동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빌 더글라스의 <동지들>을 중심으로」. 부경대학교 글로벌                    지역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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