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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 톺아보기 52호 '경계에 선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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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책연구부
댓글 0건 조회 121회 작성일 25-09-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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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 톺아보기 52호

경계에 선 노동’

 

이번 노동연구 톺아보기에서는 디지털 자본주의와 새로운 노동권의 모색이란 부제가 달린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철식 교수의 저서 경계에 선 노동을 저자와의 서면 인터뷰를 토대로 살펴보고자 한다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으로 상징되는 급격한 기술 발전이 경제와 사회인간의 삶과 노동에 점점 더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때 책은 새로운 기술의 변화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저자는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현재의 급격한 기술 변화가 노동즉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향후 조망 가능한 노동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고 이를 위해 기술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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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게 된 계기와 문제의식


박사과정을 들어가면서부터 줄곧 가져왔던 주된 연구테마는 노동 불안정’(work insecurity)이었다사실 우리나라에서 노동 불안정이 중요한 이슈가 된 것은 IMF 구제금융 이후이며주로 노동의 비정규직화그렇게 확산되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되어왔다그런데 언젠가부터 불안정 노동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그간 그렇게 많이 이야기되던 비정규직에 대한 논의보다는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범주인 불안정 노동이란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이는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던 불안정한 노동형태가 계속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이제 단순히 비정규직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노동형태가 파편화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비정규직으로 통칭할 수 없는 다양한 양상과 조건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오늘날 AI, 플랫폼 등으로 상징되는 디지털화가 이미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제기된 지 오래되었다디지털화는 사람의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도록 함으로써 대량 실업일자리 상실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그런데 실제 디지털화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줄이는가 이 문제는 디지털 기술이 어떤 맥락에서 활용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여기에서 중요한 변수가 자본주의이다즉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자본주의이윤추구라는 맥락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이윤을 위해 노동권을 회피하는 방향으로노동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는 형식의 새로운기존의 임금노동 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노동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오늘날 디지털화가 자본주의라는 맥락에서 작동하면서 어떻게 노동을 파편화하고 불안정화하며노동권을 무력화하는가를 보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나아가 디지털화 기술을 자본주의적 이윤추구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그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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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중심사회의 형성과 위기


이러저러한 형태의 불안정한 노동이 확산되고청년들이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고그 가운데 사랑과 결혼출산까지도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을 보면서뭔가 사람들의 삶을 유지해주던 틀사회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해주던 기존의 사회적 관행이나 제도적 틀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그렇다면 현재 흔들리고 있는 틀즉 기존에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작동을 가능하도록 해준 제도적 틀이 무엇인지가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그것을 앙드레 고르가 제기하는 임금중심사회’(wage-based society) 개념을 가져와 설명하려 했다앙드레 고르는 임금노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주요 노동양식이 된 현대사회를 임금중심사회로 지칭했다임금중심사회에서는 임금노동으로 대표되는 돈을 벌기 위한 노동만이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는다고용임금노동과 결합되어 노동권 및 사회적 권리가 부여된다사용자에게 종속된 임금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개별적 노사관계의 법적 보호가 제공되고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집합적으로 사용자와 대면할 수 있도록 노동3권 보장과 같은 집단적 노사관계제도가 발전하며위험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이 고용된 노동자를 중심으로 설계·적용된다나아가 임금노동은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 형성의 기반이 된다개인이 어떤 임금노동 일자리를 갖고 있는지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는지가 사회에서 개인의 위치를 알려주는타인이 자신을 판단하는 주요 잣대가 되는 것이다임금중심사회는 이처럼 임금노동을 중심으로 노동의 제반 권리와 제도가 확립되고 사회적 정체성이 구성되는 사회를 지칭한다.

 

<경계에 선 노동>에서는 20세기 형성된 임금중심사회의 틀이 디지털시대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이러한 위기 진단은 앙드레 고르가 진단하는 임금중심사회의 소멸’ 혹은 죽음과는 구분된다고르는 20세기 말 고용불안정과 임금노동에 기반한 정체성 상실 등이 발생하면서 20세기에 형성된 임금중심사회가 소멸하고 있다고 진단한다따라서 그는 이제 노동 중심성을 버리고 탈노동의 입장에서 자유로운 다양한 활동을 활성화하는 사회를 기획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Gorz, 1997). 그런데 고르가 주장하듯 사회적 생산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서사람들이 더 이상 노동하지 않아서자본의 잉여가치를 낳는 노동을 갈수록 적게 해서고용이 불안해지고 노동에 근거한 사회적 정체성이 희박해지며 임금중심사회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임금중심사회의 위기는 임금노동으로 대표되는 자본에 종속된 노동이 줄었다기보다는그러한 노동이 취해온 임금노동고용이라는 제도적 형식이 모호화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그럼으로써 고용에 근거해 부여되던 사회적 권리인 노동권이 해체되거나 그로부터 배제되는 노동이 확대되고 있다동시에 한편에서는 자영업자가 기존의 임금노동자와 유사해지는 등 자본의 지배 영역은 오히려 확대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자본에 종속된잉여가치를 낳는 노동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러한 노동에 근거해 부여받던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도화된노동권으로부터 배제노동권의 약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오늘날 임금중심사회의 위기는 고르가 주장하듯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탈노동사회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오히려 노동의 불안정성을 심화하고 있다고 <경계화된 노동>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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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과 자영의 형식을 넘나드는 거대 플랫폼 업체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오늘날 플랫폼 노동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가 플랫폼 노동자가 임금노동의 형식을 생략한특수고용개인사업자가 되어근로기준법의 보호나 노동3사회보험의 적용 등 제도적으로 임금노동자에게 부여되는 권리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점이다플랫폼 업체는 이렇게 특수고용의 성격을 활용하여 자신의 수익을 위해 노동을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한편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주가 자영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휘하지 못하고실제 임금노동자와 유사하게 가맹본부에 종속되는 구조이다그러다보니 가맹점에 고용된흔히 알바로 지칭되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도 결국 직접고용한 가맹점주보다는 가맹본부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된다이렇게 오늘날 거대 플랫폼 업체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고용과 자영의 형식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파편화된 노동을 창출활용하고 있지만실제로 그러한 업체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인 가맹점이나 중층적 고용 및 하청관계다양한 노동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따라서 임금노동자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 업체들의 수익에 기여하는실질적으로 이들 업체들에 종속된 상태로 업체들의 수익에 기여하는 자영 및 고용된 노동자에 대한 플랫폼 업체와 가맹본부의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그와 유사한 것으로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이른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의 쟁점이 제기된 바 있다또한 최근 노동법 2,3조 개정은 이러한 노동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직접 고용 노동자를 넘어 플랫폼 노동특수고용다단계 하청까지 확대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업체나 가맹본부의 사용자 책임을 부여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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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경계화1) 시대노동권 확장을 위한 과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를 위해서는 노동의 집단적 조직화가 필요할 것이다그런데 특히 우리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이 집합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매우 어렵다노동자들의 집합조직인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10% 내외에 불과하고그것도 다수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집중되어 있다중소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다양한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플랫폼 노동이나 특수고용 등은 노동자성이 문제가 되면서 아예 노동조합 자체가 인정되지 못한 경우도 많다가맹본부에 예속된 가맹점주와 같은 자영업자는 더욱 집합적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노동조합 조직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 노동조합이 조직되어도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제도 등으로 인해 실제로 사용자와 교섭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또한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서 손배가압류를 부과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자체를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기도 한다이렇듯 한국사회는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제도적으로 매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그런데 노동권의 확대는 정부나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실제 권리를 상실한 당사자의 집단적 문제제기와 저항을 통해 노동권의 확장이 이뤄져 왔다는 사실은 그간의 역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그렇다면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가로막는 제도를 개혁하여 다양한 형식의 파편화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집단적으로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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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자는 노동시공간 경계, 고용과 비고용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을 ‘탈경계화’로 설명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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